민물고기교실


제목 4월_쏘가리
작성자
관리자
글정보 2012-09-30 (일) 00:15 조회 1963

 

“멀리 서산 앞에는 백로가 나르고, 복숭아꽃 떠가는 물에는 쏘가리가 살찐다(西塞山前白鷺飛, 桃花流水魚厥魚肥).” 당대의 시인 장지화(張志和) 의 시구로 봄날의 정취가 더할 나위 없이 일품이다. 백로가 돌아오고 복숭아꽃이 필 즈음이면 여울의 쏘가리도 살이 붙는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쏘가리가 살찌는 계절이다.


쏘가리(Siniperca scherzeri)는 몸길이가 보통 20-30cm이고 큰 것은 50cm에 이르는 것도 있다. 몸은 길고 옆으로 약간 납작하며 입은 크고 아래턱이 위턱보다 길다. 몸의 바탕은 황갈색이고 암갈색의 표범 무늬가 온 몸에 흩어져 있다. 서해와 남해로 흐르는 큰 강의 중상류, 물이 맑고 바위가 많으며 물살이 센 곳에 주로 서식하고, 살아 있는 수서곤충이나 물고기 등을 먹는 육식성이다. 산란기는 5월 하순에서 7월 상순 사이이며, 자갈이 깔린 여울 지역의 30-70cm 깊이에서 주로 야간에 산란한다. 쏘가리의 알은 직경이 2.2mm 가량이고 19-24℃에서 6-7일이면 6mm 크기의 자어로 부화한다. 약 두 달쯤이면 7cm까지 성장하여 성어와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된다.


쏘가리라는 이름은 등지느러미의 가시와 아가미뚜껑의 가시가 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다른 방언이 있기는 하지만 쏘가리라는 이름이 전국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쏜 다기 보다는 가시에 찔리는 것이다.


서유구의 전어지(佃漁誌)에서는 몸의 무늬가 그물과 같다 하여 계어, 맛이 돼지고기와 비슷하다 하여 수돈(水豚)이라 부르며, 또 예로부터 아름다운 체색에 빗대어 금린어(錦鱗魚)라 부른다고 나와 있다.

쏘가리는 떼를 짓지 않는다. 고고하고 의젓하며 당당한 모습으로 언제나 독립적이며 단독으로 살아간다. 결코 서두르는 법도 없다. 조용히 바위틈에 숨어, 먹이 감이 사정권에 들어올 때까지 침착하게 날카로운 눈으로 주시하다가, 쏜살같이 내달아 한입에 낚아채 버린다. 쏘가리는 탐욕스럽지 않다. 사냥이 끝나면 조용히 영역을 지키며 바위틈에서 고독을 즐길 줄 안다.

쏘가리를 모르는 한국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우리의 정서에 강하게 각인 되어 있는 물고기인 것이다. 옛날부터 귀중한 식용어로 이용되어 왔고, 준수한 자태로 인해 시문이나 회화, 도자기 무늬 등의 소재로 많이 쓰였다.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쏘가리는 허하고 피로한 것을 보하며, 비위를 이롭게 하고, 창자의 풍기나 혈변을 치료하고, 뱃속의 벌레들을 제거하며, 기력을 더하여 사람을 살찌게 하고 건강하게 한다.”고 나와 있다.


쏘가리는 양식이 어렵다. 살아 있는 먹이만을 먹고 독립성이 강한 때문이다. 어린 시기에는 서로 잡아먹는 공식(共食) 현상을 보이기도 하며, 밀집 사육도 쉽지가 않다. 쏘가리의 양식법이 개발된다면 수많은 매운탕 집에 조달되고 있는 자연산 쏘가리의 수난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요즘에는 쏘가리의 종묘 생산이 가능해 져서 자원조성과 어민들의 소득 증대를 위해 많은 양이 방류되기도 하는데, 가끔은 중국산 쏘가리가 섞이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래저래 토종의 수난 시대이다.

한강의 파로호를 중심으로 산출되는 황쏘가리가 있다. 쏘가리와는 달리 몸에는 어떤 무늬도 없고 몸 전체가 황금빛으로 빛난다. 그러나 황쏘가리는 쏘가리와 다른 종이 아니라 같은 종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검은빛을 나타내는 피부속의 멜라닌 색소가 돌연변이에 의해 발현이 되지 않아서 몸의 바탕색이 드러나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한강의 황쏘가리는 희소성과 그 아름다움으로 인해 천연기념물 190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동물을 가리켜 백자(白子) 또는 앨비노(albino)라고 부른다. 흰뱀(백사), 흰쥐, 흰까치, 흰토끼 등도 같은 범주에 드는 것으로, 이러한 형질은 유전이 된다. 물론 사람에게서도 백자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아프리카에서는 이런 아이를 가리켜 “moon child”라 한다. 강력한 햇빛의 자외선을 막아줄 멜라닌색소가 없어, 밤에만 돌아다녀야 한다는 뜻이다.


어떤 이들은 백자 현상이 나타난 흰뱀이나 황쏘가리가 몸에 좋다고 해서 매우 비싼 값에 거래를 하는 모양인데, 과연 얼마나 약효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래도 유혹을 못 이기시겠다면 흰쥐는 어떠실는지? 구하기도 쉽고 값도 훨씬 쌀 텐데 말이다.

이 새봄부터는 쏘가리를 닮아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듬직하고 당당하며, 휩쓸리지 않으니 경망스럽지 않고, 품위를 갖춘 고독은 고고함이요. 침착하나 대범하며 탐욕스럽지 않은 절제는 가히 군자의 풍모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