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고기교실


제목 2월 - 블루길과 배스
작성자
관리자
글정보 2012-09-30 (일) 00:14 조회 1249
블루길과 배스


이번에 소개할 물고기는 우리나라의 토종 민물고기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가장 단시일 내에 악명을 떨치며 유명해진 물고기들이 있다.

교통과 운송 수단이 발달하고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생물들의 분포상도 덩달아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물고기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영서에서 영동으로 넘어간 피라미나 미유기, 꺽지 등이 있고, 또 영동에서 영서로 넘어온 산천어 등도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잉어, 떡붕어, 찬넬동자개, 무지개송어, 블루길, 배스 등등 무려 15여종이 양식용이나 자원 조성용 등으로 외국의 각지로부터 도입되었다. 이들 물고기 중 위에 열거한 5~6종 내외의 외래어들이 우리 수계에 정착하여 자연 번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도입된 어종 중 블루길(Lepomis macrochirus)과 배스(Micropterus salmoides)는 왕성한 번식력과, 작은 물고기나 새우, 어란 등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탐식성으로 인해 우리나라 수중생태계의 파괴자로 낙인찍힌 지 이미 오래되었다.

블루길과 배스의 원산지는 북미 대륙이다. 번식력이나 먹성이야 저희들의 고향에서나 우리나라에서나 마찬가지 일 텐데, 왜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유독 말썽을 부리는 것일까?

생물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수 십 만년 대를 이어 생활해 오면서 자신들이 지켜야 할 위치를 잘 알고 있다. 즉 환경과 주변 생물들 간의 적절한 상호작용과 조화에 의해서만 자신들도 아무 탈 없이 살수 있다는 것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것이다.

너무 많아도 안 되고 너무 적어도 안 된다. “내가 어느 정도의 알을 낳으면 얼마만큼 부화가 되고, 또 부화된 새끼들은 벅찬 생존경쟁 속에서 몇 마리가 잘 자라 대를 이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것이 이미 진화 과정 속에서 치밀하게 계산되어 DNA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잘 조절되고 안정된 생태계에서는 피라미나 메기가 어느 해 갑자기 늘어난다거나, 갈겨니나 쏘가리가 어느 해 갑자기 줄어드는 것과 같은 불안정한 상황은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원래의 고유 생태계 속에 엉뚱하게 다른 종이 이입해 들어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입된 놈들은 기존의 생태계에 편입하기 위해서 부단한 몸부림을 치게 되고, 반대로 원래 서식하고 있던 놈들은 자신의 생활 터전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한껏 텃세를 발휘하는 것이다. 물론 비슷한 서식지를 갖거나 유사한 먹이를 먹는 종들 사이에 가장 극심한 경쟁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이 싸움이 끝나게 되면, 결국 편입에 실패하여 적응하지 못하고 소멸되어 버리거나, 간신히 몇 마리만 살아남아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거나, 성공적으로 편입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부류로 나누어지게 될 것이다. 블루길과 배스는 성공한 예이다. 그것도 아주 대성공!


이들이 기존의 생태계에 편입하여 이렇게 번성하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원산지에는 이들과 유사한 습성을 가지고 있거나, 이들을 먹고 사는 천적 물고기들이 많이 살고 있다. 따라서 서로간의 경쟁과 포식 속에서 적절하게 개체수가 조절되는데 반해, 국내에서는 불행하게도 유사한 습성을 가져 견제할 만한 물고기나 천적이 없다시피 하였고, 이입된 서식 환경은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하고 먹잇감도 풍부하였다.


따라서 아주 자연스럽게, 거기다 경쟁자와 포식자가 많은 원산지에서 자신들의 개체군 유지를 위해 획득했던 알과 자어들을 보호하는 습성까지 가세하여 힘들이지 않고 단시일 만에 불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원산지에서는 이들 종이 먹이피라미드의 아랫부분과 중간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먹이피라미드의 윗부분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원산지에서는 이들 물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육식성 어류들이 많은 반면, 국내의 수중에는 이놈들을 먹고 살만한 육식성 어류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소양호나 의암호에 낚시를 드리워 본 사람이라면 블루길이나 배스가 얼마나 많이 서식하고 있는 지를 잘 알 것이다. 그렇다면 이놈들이 언제까지 늘어나기만 할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블루길이나 배스가 적정량 이상으로 늘어나면 똑같은 서식 장소와 똑같은 먹이를 두고 자기들끼리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초기 이입 단계에서는 계속적으로 개체수가 늘어나겠지만 어느 정도 시일이 흐르면 이들의 증가율이 떨어져 일정한 선에서 개체수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불어나 수중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양만큼 우리 재래어종들의 자리가 줄어들 것은 당연한 이치이고, 이 과정에서 개체수가 적거나 번식력이 떨어지는 일부 어종들은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결국 종다양성의 감소를 가져올 수가 있는 것이다.

이놈들을 제거 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들을 먹고 사는 천적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계속적으로 잡아내거나? 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천적을 이용하기위해 다른 종을 도입하거나 대량 방류한다면 이로 인해 또 다른 생태적 문제가 생겨날 것이고, 끊임없이 잡아낸다면 어느 정도 개체수를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잠깐 손을 놓아 버리면 잡아낸 만큼 순식간에 불어나 버리는 것이 생물체의 속성이다.


한번 자연생태계에 편입하여 번식하기 시작한 생명체를 인위적으로 제거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사람들의 경솔한 작은 실수가 이렇게 큰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 자연생태계이다. 뱀을 잡아먹는다는 황소개구리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사족: 일부 배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를 더 즐기기 위하여 여기저기 배스를 옮겨 놓아주거나, 잡은 배스를 다시 방류한다는 소문들이 있던데…. 배스 낚시를 즐기시는 여러분! 이런 괜한 소문에 말려들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자칫하면 “참 나쁜 낚시꾼” 소리 듣습니다.

배스나 블루길 등과 같이 “생태계교란야생동식물”로 지정된 놈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방류하다 잘못 걸리면, 큰 돈 쓰게 되는 범법자가 된답니다. 참고하세요.